X,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로이드 굴드(Lois Gould)에 의해 1972년 발표된 소설입니다.
저는 언젠가 웹상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주워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읽을 때 마다
눈물이 나리만치 복잡하고도 격한 감정을 느낍니다.



사라지지 않는 의문입니다.
"X라는 아이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예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당시 제가 있었던 디자인실의 디렉터님은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가진 남자분이셨지요.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셨고 두 아이의 아버지셨지만,
질끈 묶은 긴 머리에 캡을 쓰고 다니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디렉터님은 당신의 긴 머리를 짧게 이발하셨습니다.
자른 머리 모양도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긴 머리였던 때도 그랬지만요.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분이라,
스타일리쉬한 모드도 충분히 소화가 되는 유형이셨거든요.)

그런데, '웬일로 머리 자를 생각을 했느냐'는 저를 비롯한 사무실 식구들의 질문에,
그 분은 당신의 아이가 젠더 컬쳐적인 면에서 혼란을 느낀다는 이유가 주된 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간단히 말해, "아빤 남잔데 왜 머리가 길어?"같은 질문을 한다는 거지요.
그런 건 사실 편견에 불과한 건데 깨 줘도 되는 거 아니냔 우리의 말에
'어릴 때에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라고 진지하게 대답하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행할 수 있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사회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는 의미.. 또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편한 도구랄 수 있는
분류와 비교, 대조를 익히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디렉터님의 얘기는 맞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구심은 계속 듭니다..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을까?...하고.



아이를 직접 길러 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길러진 아이를 여지껏 보지도 못했습니다.
실증적 결과가 없더라 하더라도 위험성이 충분하단 점은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는 절대로 편안하게 세상을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말 불가능할까.
아이를 위해서 안되는 일일까.
선입견과 관습적 편견을 가르치지 않은 채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이 세상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모니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할까.



X의 이야기를 읽을 때 마다, 이런 탄식어린 기분이 됩니다.



저는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X라는 아이를 누군가 시도한다고 해도,
또 그 실험의 내용이 조건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X가 2차 성징이 오기 전까지
그의 성별에서 기인하는 아무런 특질도 갖지 않게 될 거라고는 여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이기 때문에 한 인간이 갖게 되는 특질이란 건
사회적 영향을 배제하고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사회적 토대에서 오는 쓸데없는 구획들로만도 충분히 엉망진창입니다.
세상은 '여성스럽지도' '남성스럽지도' 않은 사람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굴고 있지요.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을 전혀 배려해 주지 않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남들에 비해 턱없이 좁거나 아예 없는 선택의 폭을 두고 언제나 고민해야만 합니다.



이 'X: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는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몇몇 유토피아적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곤란한 많은 부분들을 덮고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렇습니다.
이런 불완전한 유토피아의 작은 부분이라도 감지할 수만 있다면-이라고,
읽을 때면 늘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것이지요.



2006, wo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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